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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역할과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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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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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6 20:28:43, Hit : 194, Rec. : 32 |
[빛의 역할과 사진(가)]
사진은 빛으로 쓴 글이다. 사진에 대한 이런 정의는 사진에서, 사진가에게, 빛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말하고 있다. 문학도에게는 어휘력과 핵심 문법, 통사구조에 대한 이해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이미지로 말하는 사진가에게 빛은 그 자체로 ‘어휘’이고 ‘문법’이며 ‘통사구조’다. 간단히 말해서 빛은 사진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빛에 대한 독해력이 사진가/사진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사진의 원재료는 ‘빛’과 ‘공간’과 ‘시간’이다.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빛에 반응하는 카메라가 빛을 어떻게 읽는가를 아는 것은 사진가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항시 마음에 담아 두면 좋다:
⓵빛은 무엇을 하는가?[빛]
⓶선(線)들은 무엇을 하는가?[공간]
⓷셔터를 눌러야 할 순간은 언제인가?[시간]
한마디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빛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카메라는 무엇인가? ‘단순한 노리개’인가, 아니면 ‘가능성 충만한 창의적인 도구’인가? 이 도구를 통해 조절되는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의 차이로 무한한 창의적 가능성이 열린다.
그러므로 사진가가 사진을 찍을 때 해야 하는 첫 번째 질문은
⓵“빛이 무엇을 하는가?”이고
그 다음 질문은
⓶“나는 그 빛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개의 질문은 주제를 ‘탐색’하고 ‘표현’하는 수많은 질문을 함축하고 있다.
사진가에게 빛은 재산이다. 빛이 있음으로써 ‘빛’의 질감과 ‘그림자’와 ‘반영’의 질감이 나타난다. 빛을 탐색하고 분석하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⓵빛이 길고 강한가, 아니면 부드럽고 연한가?
⓶이 빛은 지금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
⓷그 빛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는가?
많은 사진가들이 ‘좋은 빛’과 ‘나쁜 빛’으로 구분하고 싶어하는 아주 나쁜 경향이 있지만 사실상 빛은 가치 중립적이다. 그러므로 빛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말고 사진가의 특별한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이 빛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빛으로 무얼 하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진가의 ‘창의성’이 발현(發顯)된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강하다. 그런데 (앞서 지적했듯이) 어떤 빛은 좋은 빛이고 또 어떤 빛은 나쁜 빛이라고 생각하는 그릇된 경향에 세뇌되어 예컨대 일출/일몰 전후의 황금시간대를 유별나게 선호하고 그 시간대의 빛을 좋은 빛이라 여기며, 그 시간대 밖의 빛은 나쁜 빛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하루 1-2시간 정도의 황금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22-23시간대의 빛은 나쁜 빛인가? 그 나머지 23시간을 그냥 버릴 것인가? 그 나머지 시간대의 아까운 빛을 허망하게 버릴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좋은 빛, 나쁜 빛은 없다. 모든 빛은 다 좋으며, 각 빛은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사진가는 ‘모든 빛을 다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빛이든 지금 주어진 이 빛이 내 사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항시 생각해야만 한다. 빛의 강하고/부드러운 특성,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피사체의 질감이나 차원이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 예컨대 비스듬히 비치는 측면광(사광)은 피사체의 ‘질감’과 ‘입체감’을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사진의 질감보다 ‘몸짓’이 돋보일 때는 질감보다 ‘형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역광을 활용하여 실루엣으로 촬영하는 것이 좋다. ‘질감’보다 ‘형태’가 더 중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가가 그 빛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빛의 역할도 달라진다. 피사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면 역광 외의 다른 빛을 찾아야 한다. 빛은 주제를 설명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빛을 탐색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몇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의 핵심을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해 이 빛을 어떻게 이용할까?
이것에 좀 더 신선한 눈을 제공하는 빛, 모든 각도에서 다양한 빛을 찾기 위해 주변을 좀 더 돌아다녀봐야 하는가?
새로운 그늘(음영)과 좀 더 강렬한 색상을 얻기 위해 한 시간쯤 더 기다려야 하는가?
색상의 채도를 높이고 음영을 더 짙게 만들기 위해 카메라 노출계의 노출을 얼마나 더/덜 보정해주어야 하는가?
색상의 작용이 가장 돋보이는 때는 언제인가?
나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플래시를 잘 쓰지 않고 주로 자연광을 활용하지만, 플래시를 쓰는 이들은 자연광 외에 빛(인공광)의 양과 투사 방향, 빛의 색상을 조절하여 다양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조명에 관한 별도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사진에서 ‘효과’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효과보다는 ‘나만의 의도와 시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주제는 효과 자체이기 때문에 주제를 강력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가는 빛을 다루는 달인이 되어야 한다. 빛에 대하여 새로운 관념과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아래 질문들을 기억하라:
이 순간 이 곳에서, 빛이 무엇을 하고 있나? 이 순간 빛은 나에게 무엇을 주는가?
이 빛을 가장 잘 이용하려면 노출을 하기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나?
노출 과다/부족하게 하면 주제가 좀 더 잘 표현될 수 있을까?
빛이 어떤 방향에서 들어오고 있는가?(그림자는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카메라의 방향을 바꾸면 빛/그림자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겠는가?
이 빛을 반사, 분산, 보충함으로써 빛을 수정할 수 있겠는가?
지금 바로 이 빛을 이용하기보다는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기다려야 한다면 얼마쯤이나 더 기다려야 할까?
‘빛’이 중요할 때도 있고 ‘공간’이 중요할 때도 있고 촬영하는 ‘순간’이 중요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진 속 요소들과 작가의 신속 정확한 결단이 좋은 사진작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빛은 사진의 원자재이므로, 앞서 나왔던 질문에 답을 한 후 노출을 결정하고 주제를 표현함으로써 ‘사진으로 말(이야기)할 수 있어야’ 좋은(유능한) 사진가라고 할 수 있다.
유능한 ‘기독 사진가’가 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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