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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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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8 11:24:28, Hit : 201, Rec. :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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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사진’인가?]
(1) 손전화기에 딸린 사진기의 발달로 요즈음 바야흐로 사진(이라 불리는 것들)의 홍수다. 철따라 누가 찍어서 올리든 다 거기서 거기인 사진(이라 불리는 것들)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지구촌 사람들이 하룻동안 대략 1억 컷 이상을 찍는다 한다. 그래서 ‘사진작품’이라고 하기보다는 흔한 말로 그저 ‘인증 샷’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이 거기 갔었구나’하는 정도의 것들이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컴퓨터 사진 창고를 뒤져 몇 년 숙성된(?) 것들을 올려놓는 경우에는 그런 짐작마저도 다 허사다. 한 마디로, 쉽게 대충 찍은 사진(이라 불리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2) 사진은 ‘빛의 언어’이기에 ‘글쓰기’에 비유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언젠가 써 놓은 글이 있으니 이번에는 ‘집짓기(건축)’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겠다. 나와 우리 가족이 살 집을 한 채 짓는다 하자. 그런 집을 아무렇게나 막 지을 사람은 없다. 그랬다가는 집이 아니라 폭풍우를 견디지 못하여 쓰나미 앞에서 그만 무덤이 돼버릴 수도 있다. 내가 오랫동안 살아야 할 집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설계하고 시공해야 한다. 곧 사진작품은 한 채의 집과 같다.
(3) 집을 지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설계’(previsualization)하는 일이다. 어느 규모로 어떻게 공간을 분할하여 지을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설계가 잘 된 집은 아름답기도 하고 살기도 편하다. 그런 집에서 살면 온 가족이 다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릴 수 있다. 그렇게 잘 지은 집은 친구나 손님을 맞이하기에도 좋다. 중세의 대성당 건물처럼 정말 잘 지은 집은 미학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큰 감동을 준다.
(4) 설계도면이 만들어졌으면 건축 자재를 모아야 한다. 집의 규모와 용도에 따라 필요한 자재의 종류와 양이 다를 것이다. 모래, 자갈, 시멘트, (필요하다면) 철근 등등. 시행업체에서 건축을 시작하기 위해 이런 자재들을 집터 근처에 수북이 쌓아 놓는다. 그런 다음 차근 차근 공사를 시작한다. 터를 다지고 (필요하면 땅을 파고) 기초공사를 사고, 철근을 꼽아 기둥을 만들고… 그런데, 그렇게 쌓아 놓은 건축자재를 보여주며 ‘이게 우리 집’이라고 자랑질을 한다면 바보 아니면 정신이상자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라 불리는 것) 대부분이 이런 식의 허튼 자랑질이다. 그런 것을 보면서 감동이 올까? 천만에, ‘바보!’ 소리밖에 안 나온다.
(5)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집 한 채를 짓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아실 것이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좋은 집을 지으려면 많은 생각이 필요하고, 시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둥을 몇 개 설치할지, 창문은 어디에 몇 개를 내야할지, 내부 공간은 어떻게 분할해야 할지, 거실, 주방, 화장실과 욕실은 어디에 몇 개를 설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 참 많다. 보통사람들이 작은 집 한 채를 지으면서 하는 최소한의 고민도 명색이 자칭 타칭 ‘사진(작)가’라는 사람들이 아예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6) 철근 갖다 던져놓고 ‘이게 내 작품이오. 제발 감동 좀 받아가시오!’ 모래 한 트럭 퍼다놓고 ‘이게 내가 살 집이오. 멋지지 않소?’ 시멘트 몇 포 갖다놓고 ‘이게 우리집 거실이오. 참 안락해 보이지요?’ 이렇게 우격다짐을 한다해서 사람들이 작가(?)의 희망대로 감동의 홍수에 빠져주는 것은 아니다. 모래와 자갈과 시멘트를 섞어 비비지도 않은 것들(소재)을 던져 놓고 ‘이게 내 집’이라고 우겨대는 자세가 너무 한심하고 지겹기까지 하다. 봄이다. 요즘 SNS에 하루에도 수많은 꽃 사진들이 올라온다. 거의 다 태어나서 수십 년간 보아온 꽃 사진들이다. 굳이 사진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눈 감고도 다 알 수 있는 그저 그렇고 그런 꽃 사진들…
(7) 집을 완성해 놓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 예의다. 철근 시멘트 위에 아무데나 주저앉아 손님들과 회식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건축 다 마치고, 준공검사 끝나고, 집안 구석구석 환경정리 다 한 뒤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 그런데 명색이 ‘사진(작)가’라 자부하는 이들이 수북이 쌓아 놓은 건축자재 자랑질에 여념이 없다. 굳이 그런 건축자재 아니라도 사람들은 태어나서 수십 년간 보아온 꽃사진, 일출·일몰사진, 구름사진에 이미 질려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당신은 사진(작)가이기 이전에 바보다.
(8) 최소한 ‘소재’와 ‘주제’는 구분하고 사진 활동을 하시라는 이야기다. 물론 ‘소재’가 좋으면 좋은 ‘주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소재 자체가 주제는 아니다. 좀 더 쉽게 말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시라는 이야기다. 힘들어도 ‘오직 나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추구하시라는 이야기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찍은 작품은 비록 그 완성도가 좀 떨어질지라도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짜리의 삐툴빼툴한 그림이 때로 사람들에게 꽤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처럼…
(9) 뻔하게, 너무 쉽게, 너무 편하게, 사진을 찍지 마시라. 어떻게 해야 남들과 다른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지름길은 없다. 꾸준히 공부하면 된다. 공부하지 않으면 5년 전 사진과 어제 찍은 사진이 엇비슷하듯이, 5년 후, 10년 후에도 당신의 사진은 오늘과 큰 차이 없을 것이고, 그러다가 마침내 자기 작품에 자기가 실망하여 어느날 갑자기 카메라를 내던져버리고 싶어질 것이다. 사진만큼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은 영역도 없다는 것을 아직 모른다면 당신은 ‘사진가’가 아니라 아직 ‘초보 찍사’다.
(10) 나도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지만, ‘내 생각’을 ‘표현’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사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사진작품 하나 만들기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 ‘일부러’ 드리는 말씀이다.
귀 있는 이는 알아들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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