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
2020-04-18 15:16:34, Hit : 679, Rec. : 63 |

복기(復碁) 자세를 배우라
바둑을 잘 두지 못하면서도 주제넘게 또 바둑(바둑을, ‘손으로 하는 대화’[手談]라고도 한다) 얘기를 꺼낸다.
프로 9단의 최고수끼리 맞붙은 대국에서도 반드시 승부는 갈린다.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어떤 때는 불계(不計)로, 또 어떤 때는 아슬아슬한 반 집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어떤 고수는, 판 말미에 스스로 계가(計家)하여 반 집 패배가 확실하면 미련 없이 돌을 거두어 버리기도 한다. 얼마나 귀신같은 ‘계가(計家) 능력’이면 그럴 수 있을까 참 신기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튼 한 판의 바둑이 끝나고 승패가 갈리자마자 두 기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퇴장해 버리는 모습을 나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주 중요한 승부에서 아쉽게 패하고 나면 어쩌면 그 상처가 평생을 갈 법한데도, 쉽게 내색하지 않고 두 대국자가 마주 앉아 한 판의 바둑을 꼼꼼히 복기(復碁)한다. 패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상황인데도 모든 아픔을 꾸욱 참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바둑 자체가 (요즘은 ‘두뇌 운동 경기’가 되었지만) 원래 도(道)를 닦는 한 가지 방편이었던 탓도 있을 것이고, 그 복기 과정에서 자신의 약점을 확인하면서 좀 더 도(道)를 잘 닦아서 다음 판을 위한 준비를 새롭게 하려는 결연한 뜻도 있어서일 것이다. 한 판의 바둑이 끝난 뒤, 승자가 패자를 조롱하는 모습도, 패자가 분을 삭히지 못하여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하는 모습도 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앞으로 4년간 우리나라 입법부의 흐름, 우리 조국의 발걸음을 결정하는 4·15 총선이 끝났다.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든, 모두 다 총선에 대한 나름의 느낌은 있을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그러할 진대, 선거판에 직접 나섰던 후보들이야 더 일러 무엇 하겠는가. 누구는 당선(當選)의 기쁨을, 또 누구는 낙선(落選)의 아픔을 맛보았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전염병이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눈부신 선진국 대열의 선두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이 나라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한 편으로는 몹시 기쁜 요즘이다. 나라밖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모범)으로 치켜 세우는데, 이번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일부 정치인들의 저질스런 모습을 보면서, 정작 우리나라 안에서는 그런 자부심에 어울리는 품격있는 행동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의 양당 구도나 다름없이 치러진 총선에서 어느 당은 이겼고, 또 어느 당은 졌다. 이긴 당이 진 당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진 당 대표가 이긴 당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 한 마디쯤 섞어 주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서울 종로의 이낙연 당선자는 예외다).
우리 정치인들이 바둑 고수들의 복기 정신을 흉내라도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낙선한 어떤 후보는 당선된 상대 후보를 축하는커녕 검찰에 고발하고, ‘참새가 죽으면서도 짹하듯이’ 마지못해 물러나는 자리에서도, 무지와 오만으로 스스로에게 똥칠을 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재림(?)을 (나홀로) 기약하는 한심한 이도 있었다. 아무리 속이 쓰리고 아파도,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쿨(cool)하게 상대 후보에게 “축하한다”는 덕담 한 마디쯤 해 주면 그래도 그 그릇의 크기를 의심 받지는 않을 텐데, 그토록 쪼잔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자신이 사람됨의 근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자임을 끝끝내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토록 천박하고 비인간적인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할 만큼 이제 우리 시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그것을 이번 총선이 명명백백히 보여준 것 아닌가. 많이 발달한 SNS 덕분이지만, 찌라시 뺨치는 조중동이 아무리 가짜 뉴스로 설레발을 쳐도 거기에 쉽게 현혹당하지 않는 게 오늘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닌가 말이다. 전라도에서 정치 터주대감 격인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을 사정없이 떨어뜨리고, 우리 사회 약자의 피눈물을 쏟게 했던 전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호남사람들의 냉철한 모습을 보라.
이 대목에서 나는, 적어도 앞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둑(정신)’을 좀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승패가 갈린 뒤에 두 대국자가 사이좋게 마주 앉아 진지하게 복기(復碁)하는 그 고상한 ‘품격’, 높아진 백성들의 수준에 걸 맞는 ‘품격’ 있는 지도자들이 되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그처럼 고상한 품격을 갖춘 정치인이라면 언제라도 백성들이 지도자의 반열에 세워줄 수 있을 것이므로, 그런 백성들의 품격과 수준을 제발 굳게 믿고, 정치인 이전에 먼저, 기뻐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고, (세월호 유족들처럼) 슬퍼하는 이와 함께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주시라.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백성은, 더 이상은 말과 행동이 ‘개만도 못한 자’들을 민족의 지도자로 세워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면, 제발, 삭발, 단식, 장외투쟁 등의 구시대의 지저분한 ‘생떼정치’할 생각을 하지 말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는 연습들을 먼저 하시라. 그러려면 바둑 기사들의 ‘복기 정신’을 뼈에 새기셔야 된다 그 말이다. 이긴 상대에게 축하는 고사하고, 뒷골목 양아치들만도 못하게 고소 고발이 다 무엇이냐, 쫀쫀하고 추접스럽게…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들에게 당부 겸 충고한다.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눈꼽만큼이라도 있다면 얼른 얼른 소(訴)를 취하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때 늦은 ‘축하의 말’, 하기 싫은 ‘덕담(德談)’은 끝끝내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
#단비 사진 갤러리: danby55.com
#이광우 사진집 [그 나라](예영커뮤니케이션, 2019)
#전주열린문교회:www.jopendoor.com, www.m.jopendoor.com
#한국기독사진가협회: www.kcpa.cc
#기독사진
#christian_photograph
#언론 개혁
#조중동 광고주 제품 불매운동
#윤 총장 장모 문서위조
#n번방 출입자 전원 공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