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포토갤러리


이슬처럼

제가 섬기는
전주열린문교회 공동체의
교회당 바로 옆 산비탈 도로 옆,
오두막에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오밀조밀 일궈놓으신 호박밭 옆에
아주 작은 풀밭이 있습니다.

풀밭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잡풀 몇 포기 듬성 듬성 나 있는 곳,
새벽기도회 마치고
아침묵상 끝내고
가끔씩 나가보면 아주 작은 이슬 한두 방울씩
근근히 맺혀 있습니다.

아주 귀하고 소중한 보석 다루듯
풀 앞에 조심 조심 엎드려
뷰 파인더로 이슬을 조용히 들여다 봅니다.

더러는
조심 조심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이에 떨어져버리는 것들도 있고
때마침 길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가느다란 뒷바람에 힘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들도 있고
어떤 이슬은 심호흡으로 숨을 고루는 저의 작은 숨결에도 그만 허망하게 떨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슬은, 끝까지 당당하게 아주 예쁜 포즈를 맑은 눈웃음으로 취해 주기도 합니다.

이슬 촬영을 다 끝내고 제가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더러는 바람결에, 더러는 햇살의 도움으로 아주 조금씩 하늘로 하늘 하늘 날아 올라,
다시는 그 아침의 이슬방울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이슬과
저와의 아주 짧은 만남,
그 만남 속에서 어쩌다 화면에 남은 작은 이슬은
작은 생명의 흔적으로 영원히 남습니다.
화면에 근근히 남은 것은 겨우 한 두 개 뿐
대부분의 이슬은
언제 왔는지, 언제 갔는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제게 주어진 몫의 '하나님의 뜰'을 아주 조금 적시고 말없이 제 모습을 감춥니다.

이슬은 맑습니다.
맑은 것들은 속이 잘 보입니다.
맑은 것들은 제 속을 스스럼없이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을 참으로 더 곱게 비춰줍니다.

숨 지기 직전, 십자가에서 구원 받은
강도 이야기에 대한 주해작업을 하면서
"하나님의 순간은
인간의 영원을 창조한다"던 어느 신학자의 말,
이슬 사진을 찍을 때마다
'옳은 말이다' 싶어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이슬처럼 살고 싶습니다.
아니, 우리 다 함께 이슬처럼 어떻게든 맑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슬과의 아주 짧은 만남처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육체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이 땅의 모든 만남 안에
그리고 우리 마음과 영혼 깊숙한 곳에
우리 아버지 하나님의 영원하고 맑은 생명이 고이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

얼마쯤 세월이 흐른 뒤,
땅으로 떨어진 이슬이
이름모를 작은 실개천과 만나 먼 길 걸어 바다로 가듯이
하늘로 날아 오른 이슬이
실개천 따라 바다로 간 이슬과 하늘 어디쯤에서 함께 만나
서로 손 잡고
어느 날 다시 반가운 빗방울되어
우리 메마른 마음의 창문을 우리 주님의 손길처럼 조용히 노크하듯이.

오직
이/슬/처/럼~~~


사랑하고 존경하옵는 동역자 여러분,
주님의 은혜와 평강 안에서
늘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삶
복되게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샬롬 샬롬 샬롬~~~


주님의 고난을 기념하는
금요일 오후

전주에서
단비 이광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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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7.
전주열린문교회
교회당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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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슬처럼


사진가: 이광우

등록일: 2007-07-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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